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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맨〉,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에 대하여

by 신리뷰 2025. 5. 27.

인간적인 존재란 무엇일까?

〈도그맨〉,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에 대하여

 뤽 베송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 〈도그맨〉은 단순히 '개를 키우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사회로부터 밀려난 존재가, 다른 종과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다시 인간다움을 회복해가는지를 그리는 잔혹하지만 감성적인 서사다. 영화는 물리적 폭력보다 정서적 고립이 어떻게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며, 그 틈새를 ‘개’라는 존재가 어떻게 메우는지를 묻는다.

 주인공 더글라스는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을 지닌 인물로,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의 경계를 일찍 벗어나버린 사람이다. 그는 어느 날 유기견과의 만남을 계기로, 점점 ‘개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치유의 감정을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들과 함께할 때만 비로소 자신답게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의 역설을 담고 있다.

‘인간다움’의 기준을 묻는 영화

〈도그맨〉은 잔혹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영화다. 더글라스는 개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의 외면을 겪는다. 그의 존재는 법과 제도, 도시의 규범 속에서는 늘 불편한 존재다. 하지만 영화는 되묻는다. 진짜로 인간적인 존재는 누구인가? 감정을 이해하고, 고통에 공감하며, 조건 없이 사랑을 나누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사람인가, 아니면 개들인가?

 영화는 이런 질문을 감상적인 방식이 아닌, 시각적 이미지와 인물의 행동을 통해 전달한다. 더글라스가 개들을 안고 자고,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위협받을 때는 스스로의 몸보다 그들을 먼저 보호하는 장면은 단지 동물 애호의 문제가 아니라, 타자에 대한 감정적 책임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끌어올린다.

경계선의 삶, 그리고 연대

 이 영화에서 더글라스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인간과 동물의 경계, 사회와 주변부의 경계를 모두 넘나든다. 그는 병원에 실려가고, 수사 대상이 되며, 결국엔 하나의 ‘사건’으로 처리되지만, 관객은 그의 말과 행동 속에서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감정—두려움, 연민, 보호 본능을 본다.

〈도그맨〉이 특별한 이유는 이 경계의 인물을 영웅화하지 않으면서도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더글라스는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위태롭다. 하지만 그를 응시하는 시선은 결코 동정이나 낭만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중이다. 이는 단지 ‘동물과의 유대’라는 테마를 넘어, 인간 공동체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시각적 감각과 정서의 결합

 뤽 베송 특유의 시각적 연출은 이 영화에서도 살아 있다. 하지만 과거의 화려한 액션 대신, 이번에는 빛, 공간, 동물의 시선, 폐쇄된 방의 침묵 같은 정적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개들과 더글라스가 함께하는 장면은 어떤 대사보다 감정적이다. 그리고 그 장면들이 관객에게는 치유보다는 회복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도그맨〉은 요란하지 않다. 대신 불편한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우리가 외면했던 존재들, 기준 밖으로 밀어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끝까지 머물러준 타자들. 그 타자가 개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누가 남아주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남겨진 존재에게 처음으로 빛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