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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마더〉, 모성은 어떻게 느와르가 되는가

by 신리뷰 2025. 5. 17.

삐뚫어진 모성애가 불러온 새로운 느와르의 탄생

〈아이 엠 마더〉, 모성은 어떻게 느와르가 되는가

 넷플릭스에는 의외로 많은 숨은 작품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 엠 마더〉는 흔히 말하는 느와르 장르의 전형과는 다른 궤도를 달리는 영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이 진짜로 이야기하는 것은 모성이라는 본능이 어떻게 폭력으로 전환되는가다. 그것은 뜨거운 분노가 아니라 냉정한 복수의 서사 속에서 펼쳐지며, 이 영화가 왜 느와르로 불릴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한다.

 〈아이 엠 마더〉는 한 여성의 사적인 복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평범한 어머니였으나, 아들의 살해 이후 자신이 믿던 모든 사회적 질서와 도덕에서 이탈한다. 그녀는 경찰, 법, 제도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감정과 본능만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된다. 바로 그 순간, 이 영화는 전통적인 느와르의 궤도로 진입한다.

모성은 복수가 될 수 있는가

 느와르 장르에서 복수는 늘 반복되는 주제다. 하지만 대부분 남성 주인공의 복수가 중심에 있다. 〈아이 엠 마더〉는 이 틀을 깨고, 모성이라는 가장 보호적인 정서가 복수로 전이될 때의 심리와 폭력의 구조를 파고든다. 주인공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그녀의 선택은 비도덕적이고 파괴적이며, 관객은 그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끝까지 지지하기는 어렵다. 이 모순이 바로 이 영화의 진짜 서사적 긴장이다.

 그녀는 눈물 대신 침묵으로 움직인다. 화려한 총격이나 추격 대신, 느린 계획과 말 없는 고통이 화면을 지배한다. 영화는 모성을 신성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성조차 인간의 본능이자 사회적 구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느와르 장르가 오랫동안 다뤄온 주제, 즉 인간이 믿던 모든 이상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본성의 잔인함과 닮아 있다.

빛, 공간, 침묵의 미학이 만들어낸 느와르 감성

 〈아이 엠 마더〉는 시각적으로도 전형적인 느와르 장르의 미학을 따른다. 조명은 차갑고, 대부분의 배경은 실내 또는 야간이다. 도시의 번화가가 아닌 외곽의 주택, 빈 도로, 낡은 모텔 같은 장소들이 반복되며, 이는 인물의 고립감을 극대화한다. 카메라는 절대 인물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관찰자 시점으로 인간의 무너짐을 바라보는 차가운 거리감이 유지된다.

 음악 또한 과도하게 삽입되지 않고, 침묵과 여백이 긴장감으로 작용한다. 특히 복수의 과정이 진행될수록 인물은 더 말이 없어지고, 관객은 상황을 말보다 행위로 이해하게 된다. 이런 연출 방식은 전통적인 느와르 영화의 기본기이자, 현대 느와르가 채택하는 미니멀리즘 미학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숨은 작품이지만, 장르적으로는 매우 정통

 〈아이 엠 마더〉는 넷플릭스에서 공식적으로 대대적인 홍보가 되지 않았고, 대중적인 흥행을 이끌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느와르라는 장르의 핵심 정의에 가장 근접한 작품 중 하나다. 도덕은 붕괴되고, 주인공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복수는 쾌감이 아니라 고통으로 끝난다. 마지막 장면은 아무런 해방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허무와 질문만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쉽게 소비되는 범죄 액션물이 아니라, 폭력에 물든 인간 내면의 침전물을 탐구하는 서사로 기능한다. 이런 점에서 〈아이 엠 마더〉는 넷플릭스에서 보기 드문 정통 느와르이자, 여성 중심의 복수극이 가질 수 있는 장르적 깊이를 보여주는 예시다.

 결국 〈아이 엠 마더〉는 묻는다. 어머니가 세상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복수를 택할 때, 우리는 그녀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복수가 끝났을 때, 남는 건 무엇인가. 이 질문은 느와르라는 장르가 끝없이 반복해서 던지는 주제이며, 이 영화는 그 질문에 가장 조용하면서도 날카로운 방식으로 접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