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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후, 우리는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가, 부재와 잔상을 남긴 영화들

by 신리뷰 2025. 5. 29.

우리는 무엇을 감당할까, 영화가 끝나고 느끼는 공허함, 그리고 메세지

 

그가 떠난 후, 우리는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가, 부재와 잔상을 남긴 영화들

 모든 이야기가 끝나도, 감정은 남는다. 어떤 영화는 주인공이 떠난 이후 비로소 시작된다. 그의 부재, 실패, 선택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과 잔상이 서사의 진짜 핵심이 되는 작품들이 있다. 그 인물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 깊게 남는 감정. 이번 글에서는 그런 부재와 여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세 편의 영화〈허〉, 〈올드보이〉, 〈어톤먼트〉를 중심으로, ‘떠난 이후’의 감정선에 집중해본다.

〈허〉, 감정을 남기고 사라진 목소리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허〉는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시작보다, 그 관계가 끝나고 남겨진 감정의 무게에 대해 더 오래 말한다. 사만다는 어느 순간 더 이상 인간이라는 개별 존재와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테오도르를 떠난다. 그 순간 테오도르는 완전히 고립된다.

 하지만 그 고립은 절망이 아니라, 감정을 되짚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허〉는 관계의 부재 속에서 오히려 감정의 실체가 더 또렷해진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사랑은 끝났지만 감정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사만다는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감정은 테오도르를 변화시킨다.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란 소재 때문에 어떤 식으로 소재를 풀어갈까?를 생각해봤는데, 전개 자체는 빠르지 않지만, 모두가 예상하듯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도 없고, 해소되지 않은 공허함이 남았다. 그러나, 영화 자체가 주는 메세지는 강렬하게 전달되는 듯 해서 오랜만에 정말 몰입해서 봤다.

〈올드보이〉, 진실을 남기고 떠난 인물의 공백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복수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진실을 전달한 이가 떠난 뒤, 그것을 감당하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자신이 겪은 상처를 그대로 되돌려주고, 모든 퍼즐을 완성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남겨진 건, 이제 진실을 안 채 살아가야 하는 오대수다.

〈올드보이〉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여기에 있다. 당신은 이제 이 진실을 알았으니, 어떻게 살 것인가. 떠난 사람은 그 감정을 전달한 것으로 서사를 끝냈지만, 남겨진 이는 그 감정을 감당하며 끝나지 않는 벌처럼 안고 살아간다. 부재는 용서가 아닌 짐으로 남고,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올드보이는 내가 정말 어릴 때 나온 영화라서 특유의 오래된 한국 영화의 대한 영상미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 까지도 새롭게 다가온 영화였다.

〈어톤먼트〉, 잘못된 말이 만들어낸 영원한 거리

 조 라이트의 〈어톤먼트〉는 어린 시절의 말 한 마디가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린 이야기다. 브라이오니는 실수로 남자 주인공 로비를 죄인으로 만들고, 세실리아와 로비는 결국 재회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한다. 하지만 브라이오니는 그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못하고, 허구의 해피엔딩을 창조한다.

 이 영화의 비극은, 떠난 이들보다 그들을 잘못된 기억 속에 붙잡아둔 사람의 양심과 고통이다. 브라이오니는 작품 속에서만 두 사람을 이어주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은 관계를 파괴했고, 시간은 그것을 되돌려주지 않았다. 〈어톤먼트〉는 부재가 가져오는 침묵과, 그 침묵을 덮으려는 인간의 연약함을 이야기한다.

 세 편의 영화 모두,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의 감정을 오래 비춘다. 사랑이 끝난 후, 복수가 완성된 후, 진실이 밝혀진 후. 그 이후에야 비로소 감정은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실패하거나 떠난 인물의 공백은 때로 서사보다 더 많은 감정을 남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백을 통해, 진짜로 기억에 남는 감정을 만나게 된다. 내가 제일 재밌게 본 영화 세 편의 영화소개였는데, 재밌게 풀어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