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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바뀌어도 수업의 중심은 바뀌지 않는다

by 신리뷰 2025. 6. 16.

기술의 변화에도 교사는 여전히 수업 중심

기술은 바뀌어도 수업의 중심은 바뀌지 않는다

 교육 현장을 둘러싼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 기반 튜터, VR 수업, 챗봇 과제 분석기까지 등장하면서, 교실은 점점 더 ‘기술 친화적 공간’으로 바뀌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수업의 중심은 여전히 ‘학생’이라는 점이다. 어떤 기술이 도입되든, 결국 배움은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 그리고 생각의 흐름에서 비롯된다.

기술은 도구이고, 수업은 경험이다

 2024년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미래교육 추진 전략’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AI 기반 교육 플랫폼 확대, 몰입형 콘텐츠 개발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교실에는 태블릿, VR 기기, AI 학습 분석 시스템이 들어오고 있고, 학생들은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수업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어떻게 생각했는가’이다. 예를 들어, VR로 고대 로마를 체험한 수업에서 학생들은 장면보다도, 체험 후 나눈 대화에서 더 많은 감정을 표현했다. “그 장면에서 나는 왜 외로움을 느꼈을까?”라는 질문은 어떤 기술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사고의 시작이었다.

 즉, 기술은 수업의 ‘경험을 확장하는 도구’일 뿐, 수업의 중심축은 아니다. 중심이란, 학생의 감정과 사고가 자리 잡는 공간이며, 그 공간은 여전히 교사가 설계하고 조율한다.

연구도 말한다: 기술보다 맥락이 중요하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사 역량으로 ‘맥락 기반의 수업 설계 능력’을 꼽았다. 기술 활용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교육적 맥락으로 바꾸는 해석력이 교사의 핵심 역량이라는 분석이다. 즉, 같은 AI 도구를 써도 어떤 교사는 피드백 중심으로, 다른 교사는 감정 조율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이 차이가 교육 효과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또한, 미국 교육청(USDOE)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중심 수업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사 설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기계가 아닌 사람 중심의 피드백 구조가 포함되어야 학습 지속력이 유지된다고 명시돼 있다.

기술은 계속 바뀌지만, 중심은 같은 자리다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기반 수업이 가장 진보적인 교육 기술로 여겨졌다. 이제는 메타버스, 챗GPT, AI 어시스턴트로 넘어왔다. 기술은 그렇게 계속 바뀌어왔다. 그러나 학생의 눈빛, 수업 후 말없이 적은 글 한 줄, 친구와 나눈 짧은 대화는 그 어떤 기술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런 감정과 언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런 장면을 설계하는 역할이 교사다.

 나는 수업 설계에서 항상 같은 질문을 떠올린다. “이 수업이 끝났을 때, 학생은 무엇을 기억할까?” VR 장면일 수도 있고, AI가 분석한 피드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생이 기억하는 것은 ‘내가 울컥했던 순간’, ‘친구가 공감해준 말’, ‘선생님이 기다려준 시간’ 같은 장면이다. 기술은 매번 변하고 새로워지지만, 그런 경험을 만들어주는 구조는 여전히 같아야 한다.

교사는 기술의 운전자가 아니라, 목적지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기술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통해 학생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의미를 구성하게 될지를 함께 상상하고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수업은 콘텐츠가 아니라, 관계와 흐름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교사가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더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기술이 교실에 들어올 때마다, 교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이 기술이 학생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이 수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바로 그 질문이, 수업의 중심을 지켜주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