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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잘 되진 않았지만… 실패한 주인공이 남긴 감정들

by 신리뷰 2025. 5. 28.

실패한 주인공들은 영화에서 어떤 메세지를 남길까

끝까지 잘 되진 않았지만… 실패한 주인공이 남긴 감정들

 영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성공해야만 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관객에게 오래 남는 건, 끝내 회복하지 못한 인물, 사랑을 붙잡지 못한 연인,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일 때가 많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런, 실패한 주인공들이 남긴 감정과 여운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들은 무너지지만, 동시에 어떤 진실을 남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이터널 선샤인〉, 〈위플래시〉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죄책감은 치유의 대상이 아닐 때

 이언 감독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스스로도 무너져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리(케이시 애플렉)는 모든 걸 잃은 채 고향으로 돌아오고, 조카를 돌봐야 하는 상황 속에서 다시 삶과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회복’이라는 말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리의 감정은 치유되지 않고, 상처는 남은 채로 그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리의 실패는 사건이 아니라, 감정의 종착점이다. 그는 용서받지 못했고, 용서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에게 작게나마 애정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나누려 애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치유되지 않는 감정도 삶이라는 것을 조용히 인정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누구보다 진짜처럼 느껴진다.

〈이터널 선샤인〉, 지워도 남는 감정이 있다는 것

〈이터널 선샤인〉은 관계의 실패와 기억의 조작이라는 복잡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핵심은 한 남자의 감정이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조엘(짐 캐리)은 클레멘타인과의 이별 후, 그녀를 잊기 위해 기억 삭제 시술을 받는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서 다시 사랑에 빠진 그는, 이별보다 더 아픈 감정이 ‘잊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영화의 실패는 사랑을 붙잡지 못한 조엘의 선택이 아니라, 결국 다시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결정에서 드러난다. 이터널 선샤인은 완전한 사랑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감싸안는 감정이 더 진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패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님을 조엘은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조용히 말한다.

〈위플래시〉, 성공은 무엇을 대신할 수 있는가

〈위플래시〉는 음악 천재와 폭군 같은 스승 사이의 극한 경쟁을 그린 영화다. 앤드류(마일스 텔러)는 재즈 드러머로서 성공을 꿈꾸며 모든 걸 건다. 그는 연애를 포기하고, 친구도 멀리하며, 오직 인정만을 갈망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그는 진짜로 행복한가?

〈위플래시〉에서의 실패는 겉보기에 드러나지 않는다. 앤드류는 스승 플레처의 인정을 얻고, 모두가 열광하는 솔로를 연주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잃었고,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믿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쉽게 고립과 파괴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앤드류는 최고의 무대에 섰지만, 가장 고립된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 세 편의 영화는 모두 실패를 다룬다. 하지만 그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감정의 농도로 남는다. 회복하지 못했지만 진심이었고, 성공하지 못했지만 흔들림이 있었던 서사. 우리는 그런 인물들에게서 더 깊이 공감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단지 결과가 아니라, 그 감정의 진폭이라는 것을, 이들은 조용히 증명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