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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침묵 – 포르투갈 현대 도시의 소외와 범죄

by 신리뷰 2025. 4. 26.

포르투갈의 스릴러 영화를 즐겨보는 30대 여성

도시는 언제나 영화 속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스릴러 영화에서 도시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감정의 단절과 인간관계의 파열, 사회 구조의 균열이 드러나는 주체로 기능합니다. 리스본, 포르투, 세투발 같은 도시들은 고요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범죄와 고립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포르투갈 스릴러 영화가 도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여 ‘소외’라는 테마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내는지 탐색해보겠습니다.

고요한 리스본의 폭발 – 'São Jorge'

'São Jorge(2016)'는 경제위기 속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복싱 선수 출신 주인공이 채무 추심원으로 전락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스릴러처럼 보이지 않지만, 도시가 주인공을 삼켜가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심리적 스릴러입니다. 도시의 침묵은 단지 소음의 부재가 아니라, 누군가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리스본은 이 영화 속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장소로 그려집니다. 사람들은 벽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지만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가고, 주인공은 그 안에서 점점 '짐승'처럼 되어갑니다. 카메라는 도시의 골목과 회색빛 아파트를 길게 따라가며, 희망 없는 일상 속의 억압된 분노와 무력감을 시각화합니다. 이 영화는 도시화가 가져온 심리적 격리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도시는 기억을 말하지 않는다 – 'A Herdade'

'A Herdade(2019)'는 대농장 가문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리스본의 도시 공간이 주 무대가 됩니다. 주인공의 몰락과 더불어 등장하는 도시의 모습은 과거의 기억이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범죄와 비밀, 은폐된 가족사, 사회적 침묵이 교차하는 도시의 풍경은 인물의 내면과 기묘하게 동기화되어 있습니다.

포르투갈 스릴러 영화가 도시를 그리는 방식은 종종 '관계의 상실'에 집중됩니다. 'A Herdade'에서도 도시 안의 인물들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거나,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도시는 그 자체로 무관심과 망각의 공간이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더욱 무섭게 다가옵니다. 범죄의 근거지는 언제나 숨겨져 있고, 도움은 어디에서도 오지 않습니다. 도시의 침묵은 곧 진실의 침묵이 됩니다.

포르투갈 스릴러의 공간적 진화

과거의 포르투갈 영화가 농촌과 역사적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의 스릴러 장르는 도시 공간의 심리적 구조에 더욱 깊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도시의 침묵은 단순한 배경음의 부재가 아닌,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 시대를 상징합니다. 스릴러 장르가 이러한 공간을 만났을 때, 범죄는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공허함에서 비롯된 감정의 폭력으로 재해석됩니다.

포르투갈 영화는 이처럼 도시를 통해 사회의 현실을 고발합니다. 도시는 편리함과 기회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누군가를 쉽게 잊고 지워버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도시의 침묵은 인간성의 침묵이며, 그것이 바로 포르투갈 스릴러가 그리는 진짜 공포의 얼굴입니다.

도시는 거대하지만 무심합니다. 포르투갈 스릴러 영화는 이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고요한 범죄, 무관심의 폭력, 감정의 소외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파고듭니다. 스릴러의 무대가 된 도시 속 침묵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 공포인지 되묻게 합니다. 인간관계의 단절과 존재의 위기를 극적으로 끌어내는 이 장르적 실험은, 포르투갈 스릴러의 진정한 강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