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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여성 히어로 시대는 정말 시작됐을까?

by 신리뷰 2025. 5. 3.

마블의 여성 히어로

마블의 여성 히어로 시대는 정말 시작됐을까?

최근 몇 년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왔다. 블랙 위도우의 독립 영화부터 캡틴 마블, 미즈 마블, 쉬헐크에 이르기까지 여성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들이 이어졌다. 이는 분명 시대 흐름에 발맞춘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마블이 진정한 의미에서 ‘여성 서사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블은 그동안 남성 중심의 서사 구조에 의존해왔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핵심 인물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여성 캐릭터는 종종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렀다. 블랙 위도우와 완다 마키모프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스토리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기보다는 팀 내 역할로 제한된 측면이 많았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 건 2019년 ‘캡틴 마블’부터다. 마블 최초의 여성 단독 히어로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흥행 수익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서사가 얕다”, “감정선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브리 라슨이 연기한 캐럴 댄버스는 능력은 막강했지만, 정서적으로 관객과 연결되는 지점이 적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양적 확대는 있지만, 질적 전환은 부족했다

이후 마블은 ‘미즈 마블’과 ‘쉬헐크’처럼 다양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주체적 서사보다는 유머 혹은 설정 중심의 전개가 많았다. 쉬헐크는 페미니즘과 일상 생활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정서적 몰입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미즈 마블 역시 청소년 성장물로 신선한 출발을 보였지만, 메인 플롯의 완성도 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단지 주인공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 중심 서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그 캐릭터의 내면, 선택, 갈등과 성장이다. 아이언맨이 단순히 ‘남자라서’ 사랑받은 것이 아니라, 결핍과 책임, 희생이라는 서사를 담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여성 히어로도 마찬가지다.

블랙 위도우는 왜 진작 나오지 못했을까?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블랙 위도우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였던 그녀의 단독 영화는 무려 10년 넘게 미뤄졌다. 2021년 개봉된 ‘블랙 위도우’는 팬들의 요청이 수년간 누적된 끝에야 가능해진 작품이었다. 그마저도 이미 캐릭터가 MCU 내에서 죽은 이후라는 점에서, 서사의 중심이 아닌 ‘정리’ 성격이 강했다.

이는 마블이 여성 캐릭터를 어떤 위치에 두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심축으로 진작 내세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성과 리스크 회피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다. 마블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변화로 나아가려면, 여성 히어로가 단지 보완재가 아니라, 세계관을 견인할 수 있는 서사의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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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블의 여성 캐릭터 라인업은 더 확대되고 있다. ‘아이언하트’, ‘에코’, ‘더 마블스’ 등 다양한 콘텐츠가 예정되어 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단지 다양성의 명분이 아니라 콘텐츠의 내실, 스토리의 진정성, 감정적 몰입도에 달려 있다. 단순한 포지셔닝이 아니라, 관객이 사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마블의 여성 히어로 시대는 이제 막 문을 연 셈이다. 과연 그 문 안에 들어설 이들이 얼마나 오래, 깊이 팬들과 연결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진짜 변화는 캐릭터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질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관객이 원하는 '진짜 여성 히어로'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