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왜 요즘은 예고편보다 숏폼이 먼저 바이럴 될까?

by 신리뷰 2025. 4. 2.

예고편 및 숏폼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한때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예고편’이었습니다. 2~3분의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를 압축하고, 주요 장면과 배우, 긴장과 반전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었죠. 유튜브에서 예고편 조회수가 천만, 억 단위까지 오르던 시절이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정식 예고편보다 더 먼저, 더 강하게 주목받는 것이 ‘숏폼 영상’입니다. 영화 속 한 장면, 배우의 표정 하나, 음악의 특정 구간만으로도 사람들은 감정의 물결을 타게 됩니다.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등에서 짧은 클립이 입소문을 타며 퍼져나가고, 영화 마케팅의 중심축이 ‘예고편’에서 ‘감정의 순간’으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토리보다 감정이 먼저 닿는 시대

예고편은 영화의 줄거리를 간결하게 요약하고, 인물 소개부터 갈등, 클라이맥스까지 ‘논리적 정보’를 제공합니다. 반면 숏폼은 그 반대입니다. 줄거리나 캐릭터 설명 없이도, 관객은 짧은 영상 하나에 감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의 울컥한 표정 하나만 클로즈업되어 올라오거나, 대사 한 줄만 자막으로 떼어서 보여주거나, 음악의 절정 구간만을 배경으로 쓴 영상이 더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이런 콘텐츠는 맥락을 알지 못해도, ‘느낌’ 하나만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집니다. 그래서 요즘 관객은 영화 전체를 보기 전에 ‘이 감정에 끌리는지’를 먼저 판단합니다. 감정이 먼저 전달되면, 그 다음에야 비로소 스토리에 관심을 가집니다. 저 또한 유튜브 편집을 할 때, 줄거리를 요약하는 영상보다 감정 하나를 뚜렷하게 담은 짧은 클립이 더 많은 반응을 얻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이젠 ‘이야기를 요약’하기보다, ‘감정을 선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숏폼은 감정 편집의 시대를 열었다

기존의 영상 편집은 ‘기승전결’ 구조에 기반한 논리적 흐름을 따릅니다. 인물을 소개하고, 갈등을 만들고, 해결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숏폼 콘텐츠는 ‘감정 중심의 편집’을 지향합니다. 인물이나 사건을 설명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배경음악, 표정 클로즈업, 감정에 맞춘 자막이 감정선을 주도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영상보다 자막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무슨 이야기일까?’보다 ‘이 장면은 어떤 감정이지?’가 중요한 시대. 숏폼은 감정을 소비하는 영상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원작을 모르는 사람조차도 “저 장면이 어떤 맥락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 저도 요즘 숏폼을 편집할 때는 타임라인을 감정 기준으로 나눕니다. 흐름보다 ‘분위기’를 먼저 자르고 붙이는 작업이 훨씬 익숙해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SNS용이 아니라, 영화 마케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문법입니다.

예고편은 정보, 숏폼은 감정의 경험이 되었다

예고편은 정형화된 틀 안에서 정보를 제공합니다. 누가 등장하는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죠. 반면 숏폼 영상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순간 감정을 ‘체험’하게 만듭니다. 영화 전체를 보기 전, 감정의 편린을 경험하는 것이죠. 한 장면의 분위기, 음악 한 줄, 눈빛 하나로도 영화가 어떤 감정의 결을 지니고 있는지를 느끼게 만듭니다.

요즘은 “영화 제목은 몰라도, 이 장면은 봤어”라는 말이 너무 익숙합니다. 숏폼은 더 이상 부가 콘텐츠가 아니라, 관객이 영화에 진입하는 가장 앞단의 ‘입구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좋아하는 영화의 티저보다, 배우의 표정 하나에 먼저 반응하고, 음악 한 구절에 마음이 흔들려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감정은 논리보다 빠르고, 그 감정은 가장 짧은 콘텐츠에서 가장 정확하게 전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오늘날 영화 마케팅은 ‘정보 제공’보다 ‘감정 자극’이 우선입니다. 사람들은 줄거리 전체를 듣기보다, 감정 하나에 반응하고, 그 감정을 따라 이야기를 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포맷이 바로 숏폼입니다.

SNS 기반의 짧은 영상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관객과 영화 사이를 잇는 첫 감정의 문이자, 극장으로 가는 시작점입니다. 영상 제작자이자 영화 애호가로서 저는 이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감정의 문법’이라고 느낍니다. 그 문법을 잘 아는 콘텐츠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시대입니다.

당신이 최근 저장했던 숏폼 영상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나요? 어쩌면 그 감정은, 당신을 하나의 영화 이야기로 이끌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