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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

by 신리뷰 2025. 5. 11.

퍼펙트 데이즈같은 느낌의 영화 포스터

퍼펙트 데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

 우리는 삶을 어떤 순간에 완전하다고 느낄까.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된 퍼펙트 데이즈는 그 질문에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는 방식으로 대답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일본 도쿄의 한 공중화장실 청소부의 하루를 따라가며, 반복적이고 단순해 보이는 일상의 틈새에 깃든 감정과 기억을 그린다. 특히 이 작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제작 전반에 참여한 것이 아닌 기획과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존재한다.

 정확히 말하면 감독은 독일 출신의 빔 벤더스다. 고레에다는 이 프로젝트의 일본 측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고, 도쿄도청이 진행한 '화장실 프로젝트'와 연계되어 탄생한 이 영화는 일본 특유의 정서, 그리고 국제적 시선이 혼합된 독특한 시네마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이 영화를 글로벌 공개 플랫폼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단순한 국가 영화가 아닌, 국경을 넘나드는 감성적 울림과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빔 벤더스와 고레에다의 만남, 도시 속 고요함을 그리다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은 히라야마라는 중년 남성이다.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전철을 타고, 같은 일터로 향한다. 청소를 마친 뒤에는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원 벤치에서 점심을 먹으며 책을 읽는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지루하지 않다. 카세트 테이프에 담긴 1970~80년대 음악, 잎이 흩날리는 나무 그림자,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요소는 마치 퍼즐처럼 맞춰져,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서서히 드러낸다.

 이 작품은 빔 벤더스 감독이 오래전부터 동경해온 일본 문화, 그리고 정적인 미학에 대한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과정에서 일본적 정서를 구체화하는 감수성의 역할을 했다. 두 거장의 협업이기에 가능한 정적이고 서정적인 톤, 그리고 "나날이 비슷한 듯하지만 결코 같은 날은 없는" 삶의 리듬을 정밀하게 조율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정보의 영화가 아닌 감각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정보성 내러티브보다 감각 중심의 흐름을 추구한다.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은 없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주인공의 과거에 대해 감지되는 미묘한 단서들이 마음에 남는다. 예를 들어, 히라야마가 사용하는 필름 카메라,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 손때 묻은 책들은 그가 과거에 지닌 삶의 흔적을 말없이 드러낸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늘 작품 속에서 탐구해온 시간의 축적, 정서의 잔류감과 맞닿아 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히라야마 역을 맡은 고지 야쿠쇼는 거의 대사가 없는 인물임에도, 표정과 동작만으로 모든 것을 전달해낸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이러한 영화의 조용한 울림을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었다. 특히 극장 개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예술영화의 경우,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는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 왜 퍼펙트 데이즈를 선택했는가

 최근 넷플릭스는 아시아 콘텐츠, 특히 일본과 한국의 감성적 영화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넷플릭스의 이런 전략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작품이다. 빠르고 자극적인 소비가 지배하는 스트리밍 환경 속에서, 반대로 "느린 이야기"는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긴다. 넷플릭스는 이 영화의 **잔잔한 미학과 보편적 감성**이 세계 각지의 시청자에게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직접 감독을 맡지 않았음에도, 이 영화의 핵심 정서와 제작 의도에서 그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고레에다가 그동안 작품을 통해 꾸준히 다뤄온 테마, 즉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진실'이 이 영화에서도 깊게 배어 있다. 그의 영화적 세계관은 이제 스크린을 넘어,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 속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나의 하루는 과연 완벽한가'를 되묻게 만든다. 그것이 단조로운 루틴이든, 바쁜 일정이든 간에,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미 충분히 완전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야말로, 진짜로 오래 남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