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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파업 이후, 마블은 어떻게 달라졌나

by 신리뷰 2025. 5. 5.

컨텐츠 과잉 생산은 영화산업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할리우드 파업 이후, 마블은 어떻게 달라졌나

 2023년, 할리우드에 일어난 작가 및 배우 조합의 파업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WGA(전미 작가조합)와 SAG-AFTRA(영화배우조합)가 동시에 파업에 나서면서, 수많은 영화와 시리즈의 제작이 중단되었다. 그 여파는 마블 스튜디오에도 직접적으로 전달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니버스 세계관을 운영하고 있는 마블조차 이 거대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나 계약 조건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핵심에는 AI 도입, 스트리밍 수익 분배, 고용 안정성 같은 구조적 이슈들이 있었다. 특히 작가들은 AI가 각본 초안을 대체하거나, 창작자의 노동을 ‘보완재’로 취급하는 방향에 강하게 반발했다. 마블처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시스템일수록, 콘텐츠 제작의 효율화와 자동화에 대한 압박이 크다는 점에서 파업의 파장은 더욱 깊게 퍼졌다.

제작 일정의 연쇄 지연

 마블은 2023년 이후로 여러 작품의 일정 변경을 공식 발표했다. ‘블레이드’는 제작이 여러 차례 연기되었고, ‘데어데블: 본 어게인’은 전면적인 각본 수정과 재촬영을 예고했다. 원래 페이즈5와 페이즈6를 빈틈없이 이어가려던 계획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파업은 단순한 시간 손실이 아니라, MCU의 서사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작가들이 자리를 비운 몇 달 동안, 기존 시나리오나 캐릭터 설정의 방향성에도 공백이 생겼고, 이는 새로운 히어로들의 데뷔 시점과 서사적 연결성에 영향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디즈니+ 시리즈들은 제작 주기가 짧고, 팬덤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파업이 미친 영향은 영화보다 더 즉각적이었다.

AI 도입 논란과 창작 윤리

 마블은 파업 이전부터 일부 콘텐츠에 AI 활용을 시도해왔다. 대표적으로 ‘시크릿 인베이전’ 오프닝 시퀀스는 AI 그래픽을 활용해 제작되었으며, 이는 기술적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창작 노동을 대체하려는 위험한 선례라는 비판도 동시에 불러왔다.

 이번 파업을 통해 AI 기술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됨으로써, 마블도 AI는 보조 도구일 뿐, 주된 창작자는 인간이라는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이는 향후 MCU의 스토리텔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효율이 아닌 감정이고, 기계가 아닌 작가의 시선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연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콘텐츠 공급 과잉에 대한 자성

 아이러니하게도 파업은 마블에게 자신들의 콘텐츠 생산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주는 계기가 되었다. 팬들은 이미 페이즈4부터 이어진 콘텐츠의 양적 팽창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고, 이번 파업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쉼’이 주어진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마블은 향후 작품 수를 줄이고, 각 콘텐츠의 완성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빈 파이기도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더욱 정제된 콘텐츠를 통해 마블의 정체성을 회복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파업이 단순한 방해가 아니라, 오히려 재정비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마블은 다시 ‘이야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파업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블은 일정의 혼란, 팬심의 변화, 제작 시스템의 재조정 등 여러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단순한 위기로만 볼 수는 없다. MCU는 오히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때’를 맞이한 것이다.

 스타 배우와 블록버스터급 CG도 중요하지만, 결국 팬들이 기억하는 건 서사의 울림과 감정이다. 마블이 이번 파업을 통해 진정한 리셋을 경험할 수 있다면, 다음 페이즈는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는 MCU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작가의 문장 하나에서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