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VR 사이, 교사는 어디에 서야 할까?
요즘 교실은 AI 기반 학습 분석 도구와 몰입형 VR 콘텐츠로 가득하다. 영국이나 서울 예시처럼 AI 튜터와 VR 체험이 동시에 제공되는 수업 환경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런 변화 앞에서 교사의 역할은 오히려 더 집중적인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2024년 AI‑VR 통합 교실 사례를 통해, 교사는 기술 ‘대체 대상’이 아니라 ‘접점 조정자’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AI는 데이터를, VR은 경험을, 그런데 연결은 누가 하나?
AI 기반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 시스템은 학생들의 반응과 성취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학습으로 이끈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서는 “적응학습 시스템 도입 86% 사례에서 학습효과가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VR 수업 역시 학생의 인지·행동·정서 참여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몰입을 촉진한다는 다수 연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둘AI의 분석과 VR의 체험은 연결이 되어야 비로소 '교육'이 된다. 기술은 도구이고, 교육은 흐름이다. 그 중간에 서서 ‘해석과 연결’을 하는 역할이야말로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연구가 말하는 교사의 '신뢰와 전문성'
실제로 2023년 다국가 설문조사(6국, 508명 교사 대상)에서는 AI‑EdTech에 대해 높은 자신감을 가진 교사 그룹이 더 많은 이점을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교사가 기술 이해와 활용 능력을 갖춰야만 AI 도구가 유의미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VR‑AI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교사 연수 연구에서는 교사가 VR 훈련을 통해 실제 교실 시나리오를 안전하게 실습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는 교사 연수와 준비가 기술 도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해준다.
하지만 인간 중심 설계는 교사가 한다
AI가 분석을, VR이 체험을 담당해도, 교사가 그 중간에서 학생들의 감정을 읽고, 몰입이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가이딩하는 과정은 자동화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런던 사립학교 AI 수업 사례에서도 AI가 강의 자료와 평가를 자동관리했지만, 교사는 학생들의 감정과 토론을 담당하며 “기계는 학생의 감정이나 동기를 대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AI-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은 학생이 무엇을 느꼈는가까지 읽어낼 수는 없으며, 그 연결점은 교사의 역할임은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현장 사례: 감정과 해석을 잇는 다리
내 수업에서도, AI 데이터는 “OO 학생은 특정 질문을 자주 틀렸다”는 정보를 제공했지만, 실제 면담을 통해 “OO 학생은 발표를 할 때 눈빛이 움찔했다”는 정보는 오직 사람이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보는 AI나 VR이 제공한 결과를 정리하고, 다음 수업에서 이어가는 수업 설계의 근간이 된다.
VR 수업 때 학생이 체험 후 “그 장면, 마음이 이상하게 울컷했어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감정의 울림이 학습에서 의미 있는 단서임을 알고 그 감정을 조사하고, 질문을 던지고, 기록하는 시간을 수업 흐름에 포함시켰다. 기술이 만들어낸 장면이 아니라, 교사가 만든 해석의 틀이 수업을 교육이게 만들었다.
미래 수업, 교사의 중심성은 더 강화된다
요약하면, AI와 VR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을 통해 교사는 더 정확하게, 더 깊게, 더 사람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는 책임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AI 분석 결과는 학생 이해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교사는 데이터보다 학생의 표정, 말투, 관심사를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하며, VR 체험 후에는 감정·사고·질문 시간이 포함된 설계가 수업의 질을 결정한다. 교사의 전문성은 기술의 활용뿐 아니라, 그 기술이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의미를 설계하는 능력에서 완성된다.
결국, 교사는 기술의 운전자다. 속도와 방향은 AI와 VR이 제공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오직 교사만이 설계할 수 있다. 이는 기술이 교사를 대체하는 AI 시대에, 오히려 교사의 중심성은 더 분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