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XR까지 확장된 수업 모델, 교사의 설계도 바뀌고 있다
VR이 교실에 들어오며 수업의 몰입도는 분명 달라졌다. 그러나 이제 수업은 더 이상 단일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 공간 위에 정보를 겹치는 AR, 다양한 기술과 시뮬레이션을 통합한 XR이 더해지며, 수업의 구조는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교사가 있다. 기술은 계속 확장되지만, 그 기술을 수업이라는 구조로 설계하는 주체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VR은 시작이었고, 이제는 상호작용이 중심이다
초기 VR 수업은 체험형 콘텐츠의 힘으로 학생의 감정과 몰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AR과 XR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수업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조작하고 함께 구성하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AR은 현실 위에 정보를 덧씌워 학생 스스로 조작하게 하고, XR은 복합적 기술 체험을 통해 수업 전체를 시뮬레이션화한다.
예를 들어, 과학 수업에서는 AR을 통해 분자의 구조를 현실 공간에 띄우고, 학생들이 직접 회전시키며 구조를 관찰한다. 이어 XR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그 분자가 반응하는 과정을 실험하고, AI 도구로 결과를 분석하는 ‘전체적 수업 흐름’이 가능해진다. 이 모든 과정을 설계하는 것은 교사다.
교사의 사고 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기존의 수업 설계는 콘텐츠 중심이었다. 어떤 내용을 언제, 얼마나 전달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XR 기반 수업이 확장되면서, 교사의 설계는 ‘내용 분배’가 아니라 ‘경험 설계’로 바뀌고 있다. 어떤 장면에서 학생이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어느 지점에서 사고를 전환하며, 어떤 질문이 학습을 지속시키는지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보고서에서는 교사의 역할 변화 키워드를 이렇게 정의했다. “정보 전달자에서 상호작용 설계자로의 이동.”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교사의 인지적 역할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XR 수업에서는 교사 혼자 설계하기보다, 교사 간 협업이 중요해진다. 기술의 특성상 한 명의 교사가 모든 도구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설계는 점점 ‘분업형 협업 모델’로 진화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동료성과 학습 공동체 내에서 성장하게 된다.
교사 설계의 핵심은 ‘구조’와 ‘맥락’이다
기술이 많아질수록 수업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교사의 설계 역량이 빛을 발한다. 어떤 기술을 언제 배치할지,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반응을 유도할지를 미리 구조화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AR을 시각화 도구로, VR을 감정 몰입 도구로, XR을 통합형 문제 해결 도구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방식은 설계자의 사고력에 달려 있다.
핀란드의 교육 혁신 사례에서도 XR 기반 수업의 핵심 성공 요인을 ‘맥락 설정’으로 보고한다. 단순히 기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경험을 서사적으로 구성하는 것. 이 서사가 학생의 몰입, 사고, 협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수업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으로 완성된다. 핀란드의 교육 혁신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교실에도 큰 패러다임이 생겼으면 한다!
미래 수업은 결국 교사의 철학이 기술을 이끈다
기술은 수업을 변화시키는 도구이지만, 수업을 ‘교육’으로 만드는 힘은 여전히 교사의 철학에 있다. AR이든 XR이든,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반응을 기다리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교사다. 그리고 그 질문은 수업의 방향을 결정한다.
수업 설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지만, 그 중심 원리는 오히려 단순해진다. 학생의 경험을 존중하고, 그 경험을 기술로 확장하며, 다시 현실로 연결해 의미화하는 것. 기술은 수업을 넓히지만, 교사의 관점은 수업을 깊게 만든다. 그리고 그 깊이가 미래 수업의 진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