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수업으로 충분할까? AR과 XR이 열어준 새로운 교실의 가능성
가상현실(VR)은 분명 교실에 새로운 풍경을 가져왔다. 학생들이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을 직접 둘러보고,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행성들을 체험하며, 역사와 과학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공간으로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체험이 반복될수록, 한계도 함께 드러나기 시작했다. VR은 분명 몰입감을 제공하지만, 수업의 흐름이 기기에 제한될 때, 학습은 오히려 단절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은 자문하게 된다. VR만으로 충분할까? 학생이 단지 장면을 ‘보는’ 것을 넘어서, 실제 공간과 상호작용하고, 의미를 구성하게 하려면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할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AR과 XR, 즉 증강현실과 확장현실로 이어진다. 지금부터 그 가능성과 변화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VR의 교육 효과, 그러나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VR 기술은 몰입형 수업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폐쇄형 공간에서 시각 중심의 체험을 통해 학습 주제를 직접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 교재 기반 수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특히 과학, 역사, 지리 영역에서 높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감정과 기억’을 활용한 수업 설계에도 적합하다.
하지만 반복된 실험과 관찰 결과, VR 수업은 일부 한계를 드러낸다. 가장 큰 문제는 단방향 구조다. 학습자는 장면 속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능동적으로 바꾸거나 해석할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다. 또한 VR 환경은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 ‘폐쇄형 몰입’이기 때문에, 수업 중 현실과의 연결감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기술의 확장성’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 수업의 공간을 넓히고, 학생의 행동을 개입시키며, 물리적 환경과 연결되는 학습을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정말 획기적이었다!
AR과 XR, 이제는 교실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AR(증강현실)은 현실 공간 위에 가상 객체를 덧입히는 방식이다. 학생은 교실 안에서 공룡이 걸어다니는 장면을 보며 설명을 듣고, 직접 크기를 비교하거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다. XR(확장현실)은 AR, VR, MR(혼합현실)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상황에 따라 기술을 조합해 학습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핀란드의 중학교에서는 XR 기반 실험실을 구축해, 학생들이 실제 물질을 AR로 확인하고, 그 반응을 VR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하며, 이후 AI 기반 분석 툴로 결과를 해석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처럼 XR은 ‘단일 기술’이 아닌 ‘경험의 통합’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한국 역시 일부 선도학교에서는 ‘XR 수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체험-기록-토론-피드백의 흐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기술이 수업의 도구가 아니라, 수업 그 자체의 구조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금 생소하지만 교육적으로 확실한 도구가 점점 고지능과 고성능이 되어가면서 교실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 같다.
교사는 기술 사용자에서 설계자로 변한다
기술이 확장될수록, 교사의 역할도 단순한 운영자를 넘어선다. 이제 교사는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어떻게 연결할지를 설계해야 하는 사람이다. VR로 경험을 주고, AR로 현실과 연결시키며, XR로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학습을 완성하는 이 복합 구조 속에서, 교사는 기술 간의 흐름을 조율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통합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수업은 더 이상 ‘기술을 쓰는 수업’이 아니라, ‘기술을 배치하고 해석하는 수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의 감정과 반응을 읽고, 기술적 흐름에 따라 적절한 장면을 제시하며, 학생의 몰입이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과정 전체를 통제하게 된다.
이제 교실은 ‘현실 속 상상’이 가능해지는 공간이다
VR 수업은 학생을 장면 속에 데려왔다. 그러나 AR과 XR 수업은 학생을 현실 위에 새로운 의미를 겹치게 만든다. 현실 공간이 수업의 배경이 되고, 그 위에 기술이 상상과 사고를 덧씌운다. 이 방식은 학습의 감각, 사고, 행동을 통합하며, 교육의 ‘몰입-확장-의미화’라는 세 가지 단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제 교실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술과 사고가 엮이는 하나의 설계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설계하는 교사의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기술이 확장될수록, 수업은 더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여전히 교사가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