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교실, 기술보다 먼저 바뀌는 것은 교사의 관점이다
기술은 빠르게 교실로 들어오고 있다. VR로 시작된 변화는 이제 AR, XR로 확장되고 있으며, 학교는 점점 더 몰입형 기술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바뀐다고 해서, 수업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술을 사용했는데 어떤 수업은 반응이 없고, 어떤 수업은 학생들이 몰입한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핵심은 교사의 ‘관점’에 있다.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질문을 품고 수업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수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술 도입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질문’이다
한 학교에서는 동일한 XR 장비를 도입해 수업을 진행했다. 한 교사는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 중심으로 진행했고, 다른 교사는 체험 장면 이후 학생 스스로 질문을 생성하게 하고, 조별로 그 질문을 해석하며 글쓰기와 토론으로 이어지게 했다. 같은 기술, 같은 콘텐츠였지만 학생 반응은 극명하게 달랐다.
이 사례는 교육 기술이 수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수업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구성의 출발점은 교사가 품은 질문이다. “이 장면이 학생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기술을 통해 어떤 생각이 유도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있어야 기술이 수업 안에서 살아난다.
관점의 차이는 ‘수업의 무게중심’을 바꾼다
XR 수업은 본질적으로 ‘몰입’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교사가 기술을 단순히 ‘시각적 도구’로만 해석하면, 수업은 쉽게 일방적인 흐름으로 흘러간다. 반면, 교사가 기술을 ‘감정과 사고를 유도하는 도구’로 해석하면, 수업은 학생 중심의 유기적 구조가 된다.
핀란드 교육연구소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XR 기반 수업의 효과는 기술 수준보다 ‘교사의 수업 설계 철학’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관점의 차이가 수업의 무게중심을 바꾸며, 수업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는 의미다.
기술을 다루는 손보다, 기술을 해석하는 눈이 중요하다
많은 교사들이 기술 도입 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이걸 잘 다룰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설계하느냐이다.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보다, 기술이 불러올 수업 맥락을 그리는 사고가 더 본질적이다.
한 교사는 XR 수업을 설계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기술은 도구지만, 그 도구가 학생의 내면에 어떤 의미를 남기게 할지는 교사의 상상력에 달렸다.” 이 말은 기술 중심 논의에서 자주 놓치기 쉬운 교육 철학의 본질을 짚고 있다. 기술은 도구이고, 수업은 관계이며, 학습은 해석이다.
변화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수업을 바꾸는 것은 결국 교사의 질문과 시선이다. XR이라는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을 사용하는 교사가 기술을 ‘지식 전달 도구’로 보는가, 아니면 ‘경험 설계 도구’로 보는가에 따라 수업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그리고 학생이 기억하는 것도 결국 그 교사의 관점 속에서 만들어진 수업의 장면들이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한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그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할지를 고민하는 교사의 관점에서 시작된다. 수업은 기술의 사용법이 아니라, 기술의 의미를 묻는 과정일 때, 진짜로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