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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의의 얼굴을 한 욕망들, 한국형 마약 느와르의 도발 리뷰: 한국형 마약 느와르의 윤리적 경계 2025년 4월 16일 개봉한 영화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 수사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하는 범죄 액션 영화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작품은 마약 범죄를 중심으로 한 스릴 넘치는 전개와 함께, 인간의 본성과 윤리적 딜레마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야당이라고 해서 나는 정치 얘기를 담은 얘기겠구나 했는데, 아니였다!브로커, 검사, 형사: 얽히고설킨 세 인물의 이야기 영화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강하늘 분)가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이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으며 시작된다. 강수는 관희의 지시에 따라 마약 수사에 협조하며 점차 조직 깊숙이 침투하고, 관희는 이를 통해 빠른 승진을 이어 간다. 그러나 마약수사대 형사 오.. 2025. 6. 1.
도시는 말이 없다, 그러나 감정을 남긴다. 영화가 사랑한 세 개의 도시 도시는 말이 없다, 그러나 감정을 남긴다. 영화가 사랑한 세 개의 도시 영화를 보다 보면 문득 도시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을 견디는 또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인물의 대사보다 더 많은 걸 말하는 거리, 혼자 걷는 순간에만 들리는 소리, 카페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시간. 도시라는 공간은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의 감정을 묵묵히 받아내며, 때로는 서사를 이끄는 숨은 주인공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영화 세 편〈비포 선라이즈〉,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미드나잇 인 파리〉을 통해, 공간이 감정이 되는 순간을 들여다본다. 영상미가 너무 예뻐서, 엄청 감성적인 연출장면들이 많아서 기분좋게 봤던 기억이 난다.〈비포 선라이즈〉, 빈이라는 도시가 감정을 잠시 허락할 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25. 5. 30.
그가 떠난 후, 우리는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가, 부재와 잔상을 남긴 영화들 그가 떠난 후, 우리는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가, 부재와 잔상을 남긴 영화들 모든 이야기가 끝나도, 감정은 남는다. 어떤 영화는 주인공이 떠난 이후 비로소 시작된다. 그의 부재, 실패, 선택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과 잔상이 서사의 진짜 핵심이 되는 작품들이 있다. 그 인물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 깊게 남는 감정. 이번 글에서는 그런 부재와 여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세 편의 영화〈허〉, 〈올드보이〉, 〈어톤먼트〉를 중심으로, ‘떠난 이후’의 감정선에 집중해본다.〈허〉, 감정을 남기고 사라진 목소리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허〉는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시작보다, 그 관계가 끝나고 남겨진 감정의 무게에 대해 더 오래 말한다. 사만다는 어느 순간 더 이상.. 2025. 5. 29.
끝까지 잘 되진 않았지만… 실패한 주인공이 남긴 감정들 끝까지 잘 되진 않았지만… 실패한 주인공이 남긴 감정들 영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성공해야만 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관객에게 오래 남는 건, 끝내 회복하지 못한 인물, 사랑을 붙잡지 못한 연인,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일 때가 많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런, 실패한 주인공들이 남긴 감정과 여운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들은 무너지지만, 동시에 어떤 진실을 남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이터널 선샤인〉, 〈위플래시〉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맨체스터 바이 더 씨〉, 죄책감은 치유의 대상이 아닐 때 이언 감독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스스로도 무너져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리(케이시 애플렉)는 모든 걸 잃은 채 고.. 2025. 5. 28.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영화들, 시선과 이미지로 감정을 설계한 작품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영화들, 시선과 이미지로 감정을 설계한 작품들 모든 영화가 말로 감정을 설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작품은 대사보다 시선의 길이, 인물 간 거리, 빛의 온도, 그리고 프레임 바깥의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에게 감정이 아닌 감각을 건네며, 이해보다는 공명을 유도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미학을 대표하는 세 작품〈더 레버넌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드라이브〉을 통해 시각 중심의 감정 전달이 어떻게 영화 서사의 깊이를 확장시키는지를 살펴본다.〈더 레버넌트〉, 생존의 감정을 오직 눈으로 말하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더 레버넌트〉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말보다 호흡, 감정보다 눈빛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주인공 휴 글.. 2025. 5. 28.
〈도그맨〉,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에 대하여 〈도그맨〉,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에 대하여 뤽 베송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 〈도그맨〉은 단순히 '개를 키우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사회로부터 밀려난 존재가, 다른 종과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다시 인간다움을 회복해가는지를 그리는 잔혹하지만 감성적인 서사다. 영화는 물리적 폭력보다 정서적 고립이 어떻게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며, 그 틈새를 ‘개’라는 존재가 어떻게 메우는지를 묻는다. 주인공 더글라스는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을 지닌 인물로,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의 경계를 일찍 벗어나버린 사람이다. 그는 어느 날 유기견과의 만남을 계기로, 점점 ‘개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치유의 감정을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들과 함께할 때만 .. 202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