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말이 없다, 그러나 감정을 남긴다. 영화가 사랑한 세 개의 도시
도시는 말이 없다, 그러나 감정을 남긴다. 영화가 사랑한 세 개의 도시 영화를 보다 보면 문득 도시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을 견디는 또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인물의 대사보다 더 많은 걸 말하는 거리, 혼자 걷는 순간에만 들리는 소리, 카페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시간. 도시라는 공간은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의 감정을 묵묵히 받아내며, 때로는 서사를 이끄는 숨은 주인공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영화 세 편〈비포 선라이즈〉,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미드나잇 인 파리〉을 통해, 공간이 감정이 되는 순간을 들여다본다. 영상미가 너무 예뻐서, 엄청 감성적인 연출장면들이 많아서 기분좋게 봤던 기억이 난다.〈비포 선라이즈〉, 빈이라는 도시가 감정을 잠시 허락할 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25. 5. 30.
그가 떠난 후, 우리는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가, 부재와 잔상을 남긴 영화들
그가 떠난 후, 우리는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가, 부재와 잔상을 남긴 영화들 모든 이야기가 끝나도, 감정은 남는다. 어떤 영화는 주인공이 떠난 이후 비로소 시작된다. 그의 부재, 실패, 선택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과 잔상이 서사의 진짜 핵심이 되는 작품들이 있다. 그 인물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 깊게 남는 감정. 이번 글에서는 그런 부재와 여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세 편의 영화〈허〉, 〈올드보이〉, 〈어톤먼트〉를 중심으로, ‘떠난 이후’의 감정선에 집중해본다.〈허〉, 감정을 남기고 사라진 목소리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허〉는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시작보다, 그 관계가 끝나고 남겨진 감정의 무게에 대해 더 오래 말한다. 사만다는 어느 순간 더 이상..
2025. 5. 29.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영화들, 시선과 이미지로 감정을 설계한 작품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영화들, 시선과 이미지로 감정을 설계한 작품들 모든 영화가 말로 감정을 설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작품은 대사보다 시선의 길이, 인물 간 거리, 빛의 온도, 그리고 프레임 바깥의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에게 감정이 아닌 감각을 건네며, 이해보다는 공명을 유도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미학을 대표하는 세 작품〈더 레버넌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드라이브〉을 통해 시각 중심의 감정 전달이 어떻게 영화 서사의 깊이를 확장시키는지를 살펴본다.〈더 레버넌트〉, 생존의 감정을 오직 눈으로 말하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더 레버넌트〉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말보다 호흡, 감정보다 눈빛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주인공 휴 글..
2025. 5. 28.
〈바람 따라, 세워진 집〉,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
〈바람 따라, 세워진 집〉,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 영화 〈바람 따라, 세워진 집〉은 2024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며 조용히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독립영화다. 겉보기엔 이민 가족의 삶을 다룬 이야기지만, 이 작품이 진짜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이 떠나면서도 남겨두는 감정의 잔향이다. 영화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를 천천히 풀어낸다. 감독 한지승은 도시 이주, 세대 갈등, 여성 서사, 그리고 경계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창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민 2세대의 딸이 아버지의 흔적을 좇아 과거의 집을 다시 방문하는 서사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그 안에는 가족과 장소, 시간과 침묵이 켜켜이 쌓여 있다.공간이 감정을..
2025. 5. 26.